2025년 현재, 한국과 일본의 대형 트럭 시장은 산업 구조, 물류 인프라, 정책 방향성 등 여러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엄청 가까운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트럭 운송 시스템은 각기 다른 진화 과정을 거쳐왔고, 그 결과 운송 방식, 차량 구성, 기업 문화, 기술 적용 방식 등에서 뚜렷한 차이를 드러냅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급변한 글로벌 공급망, 친환경 트렌드, 디지털 전환 등 외부 요인들이 맞물리며 이 차이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운송 방식과 차량 구성, 그리고 산업 구조 전반에 걸친 한국과 일본의 트럭 시장 차이를 집중적으로 보고, 양국의 시스템이 어떻게 다르고 각각 어떤 강점과 약점을 갖는지 정리해보려 합니다.
운송 방식의 구조적 차이
한국의 트럭 운송 시스템은 비교적 단순하고 빠른 흐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물류가 하루 내 처리되는 구조이며, 주로 대형 트럭을 이용한 장거리 단일 운송이 일반적입니다. 이로 인해 '출발-도착'이라는 직선형 물류가 많고, 화물 운송의 많은 부분이 개별 기사 중심으로 운영됩니다. 운송기사들은 개인사업자 형태로 직접 차량을 구매하거나 리스하여 일하는 경우가 많으며, 운임 협상이 수시로 이루어지고 고정 수익이 불안정한 편입니다.
반면 일본은 오래전부터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 방식의 다단계 운송 체계를 고도화해왔습니다. 이는 전국 주요 거점에 물류 허브를 두고, 대형 트럭은 거점 간 장거리 운송만을 담당하며, 이후 각 지역 허브에서 중소형 트럭이 최종 목적지까지 화물을 배송하는 방식입니다. 이 시스템은 물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운송시간을 줄이고, 도심 내 혼잡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또한 일본은 도심 트럭 진입에 대한 규제가 매우 엄격합니다. 오전 7시~10시, 오후 5시~8시 사이에는 대형 트럭의 도심 진입이 제한되거나 금지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로 인해 마지막 구간 배송은 경량 차량 또는 전기 소형트럭이 전담합니다. 반면 한국은 도심 트럭 운행 규제가 느슨한 편으로, 여전히 대형 트럭이 시내를 운행하는 일이 잦으며 이로 인한 사고, 교통 체증, 환경 문제 등의 이슈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일본의 운송 구조는 기본적으로 대기업 물류망에 소속된 트럭커들이 많다는 점도 특기할 만합니다. 이로 인해 고정 루트, 고정 운임,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안정적으로 일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습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중소 운수업체나 개인 트럭커 비중이 높아, 각자의 역량과 계약 조건에 따라 수익 차이가 크고, 일정한 패턴 없이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량 구성과 기술 전략의 차이
차량 구성 면에서도 양국은 큰 차이를 보입니다. 한국은 현대자동차의 대형트럭 브랜드인 엑시언트(Ex9, Pro 등) 시리즈를 중심으로 한 대형 고마력 차량이 주류를 이룹니다. 13톤 이상, 400마력 이상의 엔진을 기반으로 한 장거리 고적재 차량이 많으며, 장거리 주행과 고속도로 중심의 물류 환경에 맞춘 설계가 특징입니다. 운전석의 넓은 공간, 침대 공간, 냉장고, 네비게이션 등 편의 장비도 잘 갖추어져 있어 ‘생활형 트럭’에 가깝습니다.
일본은 이와 달리 이스즈, 히노, 후소 등 다양한 트럭 제조사가 존재하며, 이들이 생산하는 모델은 중소형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좁은 골목과 복잡한 도로를 감안해 회전 반경이 작고, 낮은 차량 높이와 무게를 유지한 트럭들이 주를 이루며, 소형부터 대형까지 다양한 크기의 모델이 세분화되어 있어 다양한 업종에 맞춤형 대응이 가능합니다.
특히 일본은 하이브리드, 전기차 기술 도입 속도가 빠르며, 배출가스 절감을 위한 기술 개발에 적극적입니다. 이미 후소는 EV 대형트럭 ‘eCanter’를 상용화했고, 이스즈 역시 전기 경트럭을 전국적으로 보급하고 있습니다. 연료전지 기반 트럭이나 수소차 개발도 활발히 진행 중이며, 도쿄 및 오사카 일부 지역에서는 실제 배차 운행이 시작되었습니다.
한국도 전기 대형트럭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현대자동차는 수소 기반의 XCIENT Fuel Cell 트럭을 통해 유럽 수출까지 진행 중입니다. 그러나 일본에 비해 국내 도입과 상용화 속도는 더디며, 충전 인프라나 지원 제도 등 기반시설 면에서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습니다. 결과적으로 친환경 트럭 보급률은 일본이 한발 앞서고 있습니다.
산업 구조와 정책 차이
한국은 전통적으로 자영업자 중심의 트럭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차량 소유와 운행, 유지보수, 보험, 톨게이트 비용까지 모든 것을 운전자가 감당해야 하는 구조이며, 이로 인해 트럭커들의 경제적 부담이 상당합니다. 반면 대기업 물류사나 운송 전문 기업의 고용 비중은 아직 낮은 편이고, 트럭커들 간 조직화도 잘 이루어지지 않아 단체 교섭력이나 협회 활동이 취약한 실정입니다.
일본은 정규직 트럭커 비중이 높고, 운수회사 내부에서 차량 제공, 보험, 정비, 일정 배차 등 대부분의 과정을 기업이 관리합니다. 트럭커는 고용 안정성과 근무 편의성을 얻는 대신, 루트의 유연성은 떨어지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훨씬 안정적인 삶이 가능합니다. 더불어 운수업 관련 협회나 조합 활동이 활발하여 트럭커들의 권익 보호에도 제도적으로 보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정부 정책에서도 큰 차이가 존재합니다. 일본은 오랜 기간 ‘스마트 물류’ 전략을 통해 표준화된 화물 정보 시스템, 전자 운송장, 운송 계약서 표준화, 적재 규격 통일 등을 실행해 왔습니다. 그 결과 물류 시스템의 디지털화, 업무 효율화가 높게 평가받고 있으며, 이에 따른 인건비 절감과 환경 영향 최소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한국은 최근에서야 전자 운송장 도입을 확대하고, 표준계약서를 권장하는 단계에 이르렀으며, 여전히 많은 계약이 구두로 이루어지고 있어 불공정 계약이나 미지급 사고 등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또한 노후 디젤 트럭에 대한 규제나 폐차 유도 정책은 시행 중이지만, 친환경 트럭 구매에 대한 보조금은 아직 제한적이고, 충전 인프라 역시 부족한 상황입니다.
일본과 한국, 다른 길 위에 서 있다
결론적으로 일본과 한국의 트럭 시장은 어떻게 보면 비슷해 보일 수 있으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매우 다른 산업 구조와 철학을 바탕으로 발전해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본은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시스템, 친환경 전환과 고도화된 물류 기술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고 있으며, 한국은 빠른 속도와 유연한 개별 운영, 실질적인 수익 추구에 초점을 맞춘 구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각 구조에는 장단점이 존재합니다. 한국의 구조는 트럭커 개인의 역량에 따라 수익이 달라질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불안정성과 경쟁 과열의 위험도 안고 있습니다. 일본은 안정적이지만 유연성이 적고, 개별 창업이나 독립운영이 어려운 구조입니다.
앞으로는 두 나라 모두 친환경, 디지털화, 자동화라는 공통 과제를 안고 있으며, 이 흐름 속에서 산업 구조 역시 변화할 것입니다. 트럭커, 물류업 종사자, 관련 산업 종사자라면 지금 이 구조적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고,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맞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